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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이번 생에 한강 뷰는 글렀을까?

by haevoler 2026. 5. 3.

나는 서울 근처 수도권에서 10대부터 40대까지 오래 살았다. 그래서 그 수도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있었다. 서울은 친구를 만날 때나 박람회, 공연 등 문화생활을 할 때 주로 찾았다. 서울에 갈 때마다 느낀 건, 시끄럽고 차가 많고 일하기도 놀기도 좋은 도시지만 아이를 키우거나 노년을 보내기엔 어딘가 맞지 않는 도시 같다는 것이었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에는 탄천이 흐르는데, 그 물줄기를 따라 자연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어 물고기, 철새, 너구리, 심지어 수달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도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그 생각이 살짝 흔들리고 있다.

 

누나네 식구들을 만나러 종종 누나 집에 간다. 한강 근처다. 갈 때마다 참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이긴 하지만 이렇게 조용하고 차도 별로 없는 동네가 있다는 걸, 가볼 때마다 새삼 실감한다. 무엇보다 한강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그 주변의 자연 생태계는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한강에 비하면 탄천은 참 소박했다. 그래서 그런가, 누나네 동네는 집값이 참 비싸다.

 

이번 생에 그런 동네에서 살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박탈감과 허망함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까. 그렇지 않다.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고, 물질에서 오는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좋은 주거 환경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맞다. 그렇지만 삶이 늘 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지며 살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지만, 가질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하루를 보내기보단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세월이 더 흐르면, 나는 또 어딘가 다른 곳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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