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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마흔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을까?

by haevoler 2026. 5. 1.

마흔에 처음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오래 살다가 뒤늦게 내딛은 독립이었다. 혼자 산 지 이제 막 1년이 지나간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도 집안일을 곧잘 도왔고, 내 공간은 스스로 청소하고 빨래도 직접 했다. 그러니 집안일이 뭔지는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살아보니, 내가 미처 몰랐던 일들이 더 있었다. 부모님에 대한 경이로움과 존경심이 새삼 더 깊어졌다.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돈을 벌기 시작하는 시점에 꼭 독립을 권해주고 싶다. 그래야 진정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 댁에 갔는데, 몇 달 전부터는 격주로 간다. 가서 안부를 묻고, 강아지 산책도 시켜준다. 갈 때마다 어머니는 과일, 생선, 김치 등 뭐라도 챙겨주시려 한다. 정성스럽고 사랑스러운, 그 자체로 선물 같다. 아버지는 조금 다르다. 종종 나에게 얼음컵을 챙겨주신다.

아버지는 평소 무뚝뚝하고 오글거리는 걸 영 못 하시는 분이다. 가끔 집에 오는 자식이 그래도 반가웠다고, 실용적인 걸 주고 싶었다는 마음이 그 얼음컵 안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특히 여름엔 없으면 안 되는, 요긴한 얼음컵.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계신다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얼음컵은 여전히 냉동실에 있다. 아까워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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