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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표현

상대가 원하는 걸 먼저 묻는 말부터 건네면 좋겠다_“나눠 드시나요, 아니면 누구에게 드릴까요?”처럼

by haevoler 2023. 3. 6.

요즘은 메뉴를 여러 개 시켜서 나눠 먹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라무는 같은 팀 포코와 함께 사무실 근처 한식집으로 향했다. 메뉴판을 보니 황태구이도 먹고 싶고 코다리구이도 먹고 싶었다. 포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을까요?" 포코가 먼저 제안했고, 라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이렇게 여러 메뉴를 주문해서 함께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곧 점원이 다가왔다. "황태구이는 어느 쪽에 드릴까요?" 라무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내 쪽에 달라고 할까? 그런데 포코가 황태구이를 더 좋아해서 서운해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포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같이 먹을 거라서 그냥 가운데에 놔주세요." 라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앞접시가 필요한지 먼저 물어봐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어서 코다리구이가 나왔다. 같은 점원이었는데, 아까 우리가 나눠 먹는다고 했던 말을 잊었는지 다시 물었다. "코다리구이는 어느 쪽에 드릴까요?" "아까처럼 가운데에 놔주세요." 음식을 나눠 먹으려면 당연히 앞접시가 필요했다. 라무는 점원을 불러보았지만 바쁜 점심시간이라 알아채지 못했다. 결국 점원이 근처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들며 말했다. "앞접시 두 개만 주세요." 목소리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났다.
라무는 생각했다. '처음에 우리가 나눠 먹는다는 걸 알았다면, 두 번째 음식을 서빙할 때 "어느 쪽에 드릴까요?" 대신 "나눠 드신다니까 가운데에 놔드릴게요"라고 하면 되는 건데. 그리고 앞접시도 미리 물어보거나 가져다주면 되고.'


회의 전에 핵심 포인트를 미리 공유해, 상대가 내용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하자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 오후 2시 회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2시 회의는 정말 부담스럽다. 점심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포코와는 그리 친하지 않아서 후딱 먹고 테이크아웃 커피만 들고 들어왔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라무는 다음 주 회사 대표 샘에게 새로 개발한 마법들을 시연하는 자리를 앞두고 있었다. 오늘은 팀원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는 시간이었다. 라무의 계획은 간단했다. 어떤 순서로 어떤 마법들을 보여줄 것인지 대략적으로 훑어보며 피드백을 받는 것. 그래서 각 마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휙휙 넘어갔다.

 

그때 팀장 스튜가 화를 내며 말했다. "라무님, 다음 주 샘님께 보고할 때도 이런 식으로 휙휙 넘어가실 건가요? 마법별로 주요 포인트는 설명해주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라무는 당황해서 답했다. "아, 실제 시연 때는 그렇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어떤 순서로 어떤 마법을 보여드릴 것인지 대략적으로 설명드리는 거예요." "아, 그러셨군요. 알겠습니다. 계속 진행하시죠." 팀장의 화가 조금 누그러졌다. '이 말을 회의 시작하기 전에 했어야 했는데.' 라무는 후회했다.

 

회의가 모두 끝났다. 포코가 피드백을 했다. "시연하기 전에 어떤 순서로 진행될 건지 미리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라무는 또 당황하며 답했다. "아, 그 순서는 여기 회의자료에 명시해 뒀어요. 그래서 이미 아실 거라고 생각하고 말씀 안 드렸습니다. 실제 시연 때는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대방이 내 생각대로 따라와 줄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되는구나.' 라무는 깨달았다.

듣는 사람의 니즈를 파악해, 상대가 원하는 내용이나 걱정할 만한 부분을 서두에 먼저 말하자

라무는 옥상에 올라가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점심시간의 일과 방금 끝난 회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식당 점원이 손님의 니즈를 파악해서 음식을 나눠 먹을 것 같으면 미리 확인하고, 음식도 가운데에 척척 놓고, 앞접시도 자연스럽게 가져다주는 센스. 그런 센스가 업무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궁금해할 것 같은 걸 먼저 이야기 꺼내는 센스. 늘상 말하던 순서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면 상대방은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짐했다. 앞으로는 말하기 전에 항상 생각해보자. 상대가 이 회의에서, 이 대화에서 무엇을 궁금해할지, 무엇을 듣고 싶어할지. 그리고 그것부터 먼저 이야기해서 상대의 주의를 집중시키자.

작은 배려의 힘

다시 사무실로 내려가는 길, 라무는 문득 웃음이 나왔다. 점심시간의 사소한 불편함이 업무 개선의 힌트가 될 줄이야. 결국 모든 것은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니즈를 먼저 파악해서 응답하는 것. 그것이 식당에서든 회의실에서든 통하는 소통의 기본이었다. 라무는 내일부터 달라질 자신을 그려보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작은 깨달음이 큰 변화의 시작이 되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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