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자기논리의)팩트를 날릴 때가 있다
직장인의 꿀 같은 주말이 찾아왔다. 라무는 친구와 친구의 어린 동생, 이렇게 셋이서 연극을 보러 갔다. 동생은 연기자가 꿈이라고 했다.
연극이 끝나고 동생이 말했다. "와 정말 재밌고 감동적인 연극이었어. 두 번이나 울었잖아 ㅠㅠ 그리고 어쩜 배우 분들 눈이 반짝반짝 하던지, 꼭 눈 안에 별이 있는 것 같았어!" 그러자 라무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눈이 반짝인 이유는 조명이 눈동자에 반사되어 그런 거란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동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라무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공감을 통해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파악하자.
동생과 헤어진 후, 친구가 라무에게 말했다. "동생에게 꼭 그렇게 팩트를 말해야 했어? ㅎㅎㅎ 동생의 감동과 환상에 찬물을 부으면 어떡해~" 그제서야 라무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동생에게는 조명의 반사 같은 물리적 현상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배우의 눈동자가 별처럼 빛났다는 건, 그만큼 연기에 몰입했고, 자신의 꿈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것이었다. 라무는 생각했다. '공감이라는 건, 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캐치하는 일이구나.' 동생도 정말 눈동자에 별이 있다고 믿어서 그 말을 한 건 아닐 것이다. 그저 그 순간의 감동을,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을 표현했을 뿐이었다.
공감 부족은 ux writing 실력에 악영향을 준다
며칠 후 라무는 평소처럼 업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게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라무는 가맹점이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화면을 기획했다. '이 가게에 한 번이라도 결제한 사람은 이 가게에 관심이 있다고 봐야지.' 라무는 서비스 신청 전에 관심 고객 수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면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당신의 가게 주변에 있는 관심고객 수는 총 XX명입니다." 회사 대표 샘에게 보고하자, 샘이 버럭 화를 냈다. "관심고객이 많은 가게도 있지만 적은 가게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자신의 가게에 관심 고객이 별로 없다는 걸 알면 가맹점이 속상하지 않을까요?" 라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진실을 말하되 긍정적인 면이 보이게 바꿔서 말하자
옥상에서 한숨을 쉬며 좌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극 관람 때 일이 떠올랐다. '그래, 꼭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서 상대방 기분을 안 좋게 할 필요는 없어.' 라무는 같은 내용이지만 가맹점이 듣기 좋게, 긍정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문구로 바꿨다. "당신의 가맹점과 유사한 가맹점에 결제 경험이 있는 사람 수" 이 수치가 낮더라도, 그만큼 내 업계가 유니크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샘에게 다시 보고했다. 샘은 만족한 미소를 아주 잠깐 보여주고는 바로 다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 짧은 미소가 라무에게는 큰 격려가 되었다. 라무는 깨달았다. 진실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진실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공감이란 상대방의 마음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었다.
그날 밤 라무는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연극 정말 좋았어. 나도 배우들 눈에서 별빛을 봤어. 너도 언젠가 무대에서 그런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될 거야." 얼마 후 동생에게서 답장이 왔다. "고마워 오빠!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 라무는 미소 지었다. 때로는 팩트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진실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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