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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먼지의 하루도 이렇게 괜찮을 수 있을까?

by haevoler 2026. 3. 30.

나의 하루는 화장실에서 시작한다. 양치를 하며 잠을 깨고,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가급적 아침에 큰 볼일을 보려고 하는 편이다. 밖에 나가 있을 때 신호가 오는 것보다, 집에서 편안하게 볼일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한동안 비데를 쓰다가 요즘은 비데 물티슈를 사용한다. 물줄기가 항문에 좋지 않다는 말도 있고,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으니 나에게는 물티슈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아침 큰일을 치르고 화장실을 나오면 꼬마 고양이 친구가 나를 반겨준다. 아침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게 매일 힐링이 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다면, 아침저녁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것만으로도 서로 꽤 행복해질 수 있다.

 

발코니에 케일을 키운다. 식물을 키우고 싶었는데, 기왕이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고르자 싶어 케일을 택했다. 잎을 아무리 잘라 먹어도 계속 자라고, 제법 높이도 올라온다. 얼핏 보면 작은 나무 같기도 하다. 최근 봄이 찾아오더니 케일에 꽃이 피었다. 케일에도 꽃이 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꽃을 보고 나니 잎을 잘라 먹기가 더욱 미안해진다.

 

오전에는 재택근무를 하고, 점심을 먹은 뒤 회사로 출근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나의 일상이다. 오후에도 재택이 가능하지만,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면 집중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사무실에는 과자 자판기가 있다. 오후 4시쯤 되면 어김없이 출출해진다. 저녁은 7시에 먹으니, 4시에는 과자 한 봉지로 가볍게 때우기로 한다.

 

일하다 스트레칭 겸 잠깐 바깥 바람을 쐬기도 한다. 구름다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묘하게 좋다. 나도 결국 그냥 우주 먼지일 뿐인데, 너무 심각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진다.

 

요즘 포켓몬에 빠졌다. 현실이 무료할 때 삶에 환상의 요소를 하나 들이면 꽤 재밌어진다. 포켓몬 키캡을 키보드에 붙였더니, 포켓몬들이 내 주변에 있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평범하고 소소한 나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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