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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테스트

처음부터 실전 테스트도 고려해서 기획하자

by haevoler 2025. 10. 15.

터렛 마법의 출시일

완벽한 베타 테스트

"수치 확인 완료. 체력 회복률 98.7%입니다."

발작버튼 마법개발팀의 라무는 모니터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3개월간 공들인 체력회복 터렛 마법이 베타 환경에서 완벽하게 작동했다. 가상의 경찰 데이터에 마법을 적용하자 체력이 매끄럽게 회복되었고, 괴물 데이터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다음 주 출시도 문제없겠어요." 동료 개발자 수아가 말했다.

하지만 라무는 알고 있었다. 베타 환경은 통제된 실험실이다. 실제 전투 현장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하다. 지난 분기에 출시한 방어막 마법이 실제 환경에서 괴물의 독성 공격과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일으켜 경찰 세 명이 부상당한 일이 있었다.

"실제 환경 테스트는 필수입니다." 라무가 단호하게 말했다.

현장의 법칙

문제는 실제 전투 현장에서 테스트를 어떻게 하느냐였다. 진짜 경찰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발작버튼은 '테스트 모드 식별 스티커'를 개발했다. 이 스티커를 붙인 사람은 시스템상 '테스트 대상자'로 분류되어, 실험적인 마법을 안전하게 적용받을 수 있었다.

라무는 현장으로 나갔다. 37구역, 괴물 출현 빈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자원한 경찰 두 명에게 스티커를 붙이고, 터렛 마법을 설치했다.

"자, 이제 활성화하겠습니다."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하지만 순간, 라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터렛은 스티커가 붙은 테스트 경찰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경찰들에게 회복 마법을 쏟아내고 있었다. 더 심각한 건, 경찰이 아닌 민간인 한 명에게도 초록색 회복 빔이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단! 즉시 중단!"

설계의 맹점

긴급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했다.

"터렛 마법에 대상 식별 기능이 없습니다." 라무가 보고했다. "현재 설계상으로는 '주변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괴물이 아닌 존재'를 회복시킵니다. 스티커의 유무를 판단하는 로직 자체가... 없습니다."

팀장 재훈이 미간을 찔렀다. "그러니까 실제 환경에서는 테스트 대상만 골라낼 수 없다는 거죠?"

"네. 베타 환경에서는 애초에 '테스트 대상'만 입력했으니까 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수십 명의 경찰과 민간인이 뒤섞여 있으니..."

다행히 오늘 테스트에서는 큰 사고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터렛 마법이 오작동해서 괴물을 회복시켰다면? 혹은 이미 부상당해 특수 치료가 필요한 경찰에게 일반 회복 마법을 걸어서 상태를 악화시켰다면?

"추가 개발이 필요합니다." 라무가 말했다. "대상 식별 기능, 스티커 인식 모듈, 그리고 안전장치까지."

"출시일은?"

"최소 3주 연기됩니다."

다음번에는

한 달 후, 터렛 마법은 성공적으로 출시되었다. 대상 식별 기능이 추가되어 테스트는 물론 정식 운영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했다.

라무는 자신의 기획 노트 첫 페이지에 새로운 원칙을 적었다.

'모든 마법은 처음부터 실제 환경 테스트를 가정하고 설계할 것.'

개발 초기에 3일만 더 고민했다면 3주를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라무는 이제 알았다. 좋은 기획자는 완벽한 마법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먼저 인정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무실 창밖으로 37구역이 보였다. 새로 설치된 터렛들이 빛나고 있었다. 경찰들은 더 안전해졌고, 괴물들은 더 빠르게 제압되고 있었다.

시행착오는 비용이 들었지만, 그 비용으로 배운 것은 어떤 베타 테스트보다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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