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일상

화면 너머의 침묵

by haevoler 2025. 10. 15.

 

 

팀원들이 각자의 업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화상회의에 참여했다. 조직 리더도 함께했다. 한 팀원이 통계 관련 내용을 리뷰하는 시간이었다. 리더는 중간중간 피드백을 건넸고, 실무자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한동안 리더와 실무자 둘만의 대화가 이어졌다. 다른 팀원들은 조용했다.

 

그때 리더가 말했다. "통계 쪽 내용은 아무래도 딱딱해서 다들 자고 있을 것 같아~ ㅎㅎㅎ"

사실 아무도 졸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뭔가 피드백을 주기 어렵거나, 급한 업무를 잠깐 처리하느라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을 뿐. 어쨌든 둘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져서, 리더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한 말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 재치 있게 받아주길 바랐겠지. 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잘 듣고 있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으나 반응이 없는 상황. 리더에게는 종종 있었을 일이다. 리더는 얼마나 외로운 자리일까. 다시 한번 실감했다. 리더가 되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거나, 아예 리더의 자리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