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의 등장
마법회사의 33층 회의실에서 샘 대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영상 플랫폼 프로젝트는 우리 회사 역사상 가장 큰 규모가 될 겁니다. 기획팀에서 총 다섯 명이 투입됩니다." 라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샘의 다음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거스도 함께하게 됩니다." 거스. 라무가 입사 동기 중 유일하게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항상 침착하고 논리적인 거스는 회의 때마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의견을 내놓았다. 라무만 그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이번엔 내가 거스보다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겠어." 라무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담당하는 나무는 다른 나무들 보다 더 이쁘게 가꾸고 싶다
라무에게 배정된 업무는 영상 심사를 위한 어드민 시스템이었다. 그는 밤새워 기획서를 작성했다. '영상 심사', '음성 심사', '디자인 심사' - 세 가지 심사 영역을 완벽하게 분리했다. 각 심사별로 담당자를 다르게 배정할 수 있고, 개별 조회도 가능했다. 한 사람이 모든 심사를 담당할 수도 있고, 전문 영역별로 나누어서 할 수도 있었다. "이 정도면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라무는 만족스럽게 모니터를 바라봤다. 화면에는 복잡하지만 체계적인 UI 설계가 가득했다.
내 나무만 생각하면, 숲의 전체적인 모습이 이쁘지 않게 된다
"라무씨, 이건 너무 복잡해요." 샘 대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라무의 기획서를 훑어본 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화면도 복잡하고, 개발 공수도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정말 이 모든 기능이 필요한가요? 우리 개발팀과 QA팀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어요. 라무씨 파트에만 이렇게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 다른 파트는 어떡하죠?" 라무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만의 완벽한 성을 쌓는 데 몰두한 나머지, 전체 프로젝트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일주일 후에 다시 가져오세요. 좀 더 간소화해서요."
프로젝트 리더의 관점에서 전체 도메인별 주요 기능 작성하기
그날 밤, 라무는 회사 옥상에서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건물들이 각자의 높이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모든 건물이 마천루일 필요는 없었다. 어떤 건물은 높고, 어떤 건물은 낮지만, 그것이 도시 전체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가 숲이 아니라 나무만 보고 있었구나." 라무는 프로젝트 전체를 다시 들여다봤다. 영상 업로드 기능, 검색 시스템, 사용자 관리, 결제 시스템... 모든 부분이 균형 있게 완성되어야만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었다. 자신의 심사 시스템은 중요하지만, 그것만 완벽해서는 의미가 없었다.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이 우선이었다.
일주일 후, 라무는 새로운 기획서를 들고 샘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번엔 심플했다. 세 가지 심사를 하나의 화면에서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고, 꼭 필요한 기능만 남겼다. 나머지는 '2차 개발'로 분류했다. "훨씬 좋아졌네요. 개발 공수도 합리적이고요." 샘이 미소를 지었다. 라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라무씨, 거스씨 기획서도 한번 보세요. 참고할 만한 게 있을 것 같아요." 라무는 거스의 기획서를 받아들었다. 처음부터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복잡한 기능은 없었지만,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보였다. 그리고 개발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거스는...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이벌이라는 착각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라무는 거스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거스는 라무를 라이벌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단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느 날 야근을 하다가 거스가 라무에게 다가왔다. "라무씨, 심사 시스템 기획 정말 좋더라고요. 특히 사용자별 권한 분리 아이디어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라무는 당황했다. 거스는 자신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스씨 검색 시스템도... 정말 사용자 관점에서 잘 만드셨더라고요." 둘은 서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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