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수립] 기획서 작성 전에 정책을 명확히 하자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른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라무는 같은팀 포코에게 부러운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팀장님이 어떤 기획 업무를 요청하시면, 다음날이면 벌써 마법설계서 작성이 끝나있었다. 라무는 포코의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부러웠다.

 

라무네 회사에서는 최근 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잠시 행복을 주는 마법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거울에 마법을 건다. 평소에는 거울이지만, 뒤에 버튼을 누르면 마법이 발동된다. 행복했던 지난 기억들이 거울에 보인다. 그리고 중간 중간 꾸며진 기억들도 보인다. 이를 보며 사람들은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팀장님은 라무를 이 프로젝트에 투입시켰다. "좋아. 나도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이미지를 팀장님에게 각인시켜줄 기회다." 라무는 이렇게 생각하며 빨리 마법설계서를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법설계서를 빨리 작성하기 위해 대략적인 정책만 파악하면 큰일난다

라무는 대략적인 마법의 발동 조건, 제한 사항 등 상위 정책을 수립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법설계서를 작성했다. 며칠 뒤 팀 주간회의가 있었다. "이번 '잠깐의 행복' 프로젝트에 대한 마법설계서 작성은 이번주 안으로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무는 자신감있게 말했다. "와 그거 내용이 꽤 많을 텐데 벌써 마무리 단계인가요? 완전 빠르네요!" 팀장님이 놀라며 말했다. 라무는 포코의 표정을 슬쩍 봤는데 포코는 회의에 집중 안 하고 뭔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자유로운 직원이었다.

 

그런데 마법설계서를 작성하면서 이런저런 확인필요한 상위 정책들이 나오고 있었다. 거울에서 실제 기억의 영상이 보이는데, 그 영상들 중간에 보여지는 가상 기억의 노출 주기가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영상을 다른 거울로 옮겨서 저장하는 기능이 필요할지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정하기 위해 관련 담당자들과 회의했다. 이후 라무는 마법설계서를 작성하는 중간 중간에 또 또 확인필요한 것들이 나왔고 또 관련 부서들과 회의를 했다.

 

이렇다 보니, 마법설계서 내용을 수정하는 일이 많아졌고 그 만큼 초기보다 작성 속도가 나가지 않았다. 결국 라무는 스스로 보고한 기획완료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자신이 기획을 잘하고 업무 처리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부족한 자신을 깨달으며 라무는 속 상했다.

서두르지 말고 넓은 시각으로 필수 정책부터 파악하자

급한 마음에 구멍난 벽돌로 집을 지으면, 나중에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

일정이 빠듯하여 기획을 빨리 끝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넓은 시각으로 필수 정책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라무는 깨달았다. 늦게 파악된 정책 때문에 기존에 작성한 마법설계서 내용을 완전 다시 작성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급한 마음에 구멍난 벽돌로 집을 지으면, 나중에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잠깐의 행복' 마법의 필수 정책을 쭉 써보고, 관련 부서와 회의를 먼저 하자. 그 과정에서 또 필요한 필수 정책이 나올 것이다. 다시 정책을 쭉 써보고, 관련 부서와 또 회의하자.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이제 더 이상 추가되는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마법설계서를 작성해 보자. 초반에는 진도가 늦어도 후반에 갈 수록 진도가 빠르게 나갈 것이다.

 

결국은 문제(원인)가 명확하면 해결책은 쉽게 나온다는 진리와 비슷한 것 같다. 정책이 명확하면 마법설계서는 금방 작성할 수 있고, 나중에 수정사항도 적을 것이다. 그러니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항상 기억하자.